2014년 7월 4일 금요일

Day 13 : 울란우데!

2014년 7월 4일 금, 청명, 초여름 더위
여행 13일차
Day 13
울란우데로 출발!


오늘은 치타에서 울란우데 Ulan-Ude 까지 가야한다.
약 660km.  오늘도 장거리 운행. 10시간은 꼬박 걸리겠지.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주유와 함께 약간의 휴식. 그리고 또 달리기...
날씨도 좋고, 위험구간은 지났기에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러시아 평원을 즐기며 달렸다.

여행을 시작한지 거의 2주... 점점 나의 '원래의 삶'에 대한 감각히 흐려진다.
직업, 공부, 경쟁,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
하지만 이젠 원래부터, 아주 오래전 부터 여행자였던 것 처럼 매일매일이 자연스럽다.
짐을 꾸리고, GPS 목적지 좌표를 찍고, 지도를 보고, 달리고, 쉬고, 밥을 먹고, 또 달리고...
오롯이 나를 위해 달리는, 매 시간시간이 살아 숨쉬며... 지나가는 풍광과 햇살과 섞여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되어 온 몸을 관통하여 지나간다.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면, 현실속으로 돌아가겠지만...
지금은, 이 순간 순간이 너무나 즐겁니다.



서쪽으로 갈 수록 점점 현대화, 신축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도시와 차량들이 많아지면서 광활한 평야를 혼자 달리는 즐거움은 많이 줄었지만, 
반대로 안전과 편안함도 느껴진다. 
주유소도 많이 보여 기름 걱정도 없어지고... 
사실, 여행 중 주유시마다 주유소의 GPS 좌표를 기록해 왔지만 
치타 이후 부터는 하지 않게되었다.

몽골에 도착하면 또 혼자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겠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 파하하핫!

서쪽으로 진행할 수록 주유소도 많아진다.  
최소한 기름이 떨어져 곤란한 상황은 없을 듯...


오후 7시. 너무나 아름다운 러시아의 평원과 시골풍경과
이어지는 바탕화면에 바이크 여행에 심취해 있을 쯤..
도로공사 구간에서 슬립.
선두의 대형트럭과 폴이 일으키는 흙먼지에 시야가 가려
돌과 모래가 섞인 길을 대차게 자빠졌다.

다친곳은 없었지만 윈드스크린과 왼쪽 반사경이 파손.
장시간 운행과 풀어진 긴장감에 발생한 사고에 자책과
부서진 선임5호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이 괴롭네.
( 실제 그 공가 구간은 앞으로 만날 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비포장 길이었음다.. )

앞서가던 폴과 트럭의 먼지에 
시야가 가려져 돌무더기에서 슬립.
윈드스크린과 좌측 반사경 파손.

지나가던 차량의 운전자들과 함께 바이크를 세우고...
잠시 휴식. 혼란한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출발.  
울란우데까지 120km.. 
부서진 윈드스크린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주행풍에 자책감이 더해진다.
정신차리자. 끝까지..



울란우데 가는 길.
오후 8시를 넘어가며 해가 지평선에 걸리고..
붉게 변해가는 강변도로를 달리는 풍광은 최고였지만.
슬립후 가락앉은 기분이 쉽게 진정되진 않았다.
(구글멥의 이미지가 내가 지났던 시간대와 비슷해 
내가 본 풍광을 거의 동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울라우데 8km!
photo@map.google.com

밤 9시, 울란우데 도착.
호텔은 너무 비싸고..게스트하우스 등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
호텔 주차장에서 일련의 바이크 무리...
이곳의 바이크 클럽과 함께 움직이는 여행자로 보이는 바이크 2대...
저들과 이야기를 한다면 저렴한 숙소 또는 그들의 클럽에서 하루 묵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급하게 그들을 쫓아 갔지만 허사.. 아깝네..

중앙 광장 근처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으로 뱅글뱅글 돌다  'Korea Restaurant' 을 발견.
최소한 한국말이 통하지 않을까 싶어 길을 물으러 들어가 본다.
그리곤 한인은 아니지만 한국말을 하는 부부(?)를 만나 도움을 요청.
브리얏트 같기고 하고..중국 조선족 같기도 하고.. 북한사람 같기도 하고..

코리안 식당. 사진 오른편
GPS: N 51.835377, E 107.578770
photo@map.google.com

폴은 가게앞에서 바이크를 지키며 기다리기로 하고.
숙소 안내를 부탁하니 거기서 일하는 아가씨를 소개해 주고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분경이 그 근처인데 도무지 출입구도, 간판도 보이지 않네....
결국엔 못찾고 돌아왔는데  그 사이에 폴이 아까 그 바이크 클럽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 참..
아무튼 운 좋게도 그들의 바이크 클럽에 초대받아 하루 묵어 가기로 한다.

그들과 함께 클럽하우스로 이동. 
시 외곽의 허름한 - 공사중인 건물? 느낌 - 창고 골목으로 들어가네.   
다왔다 싶었는데, 그 앞의 모래구덩이에 또 자빠지고...

아.. 망신... 오늘 참 가지가지 하는 구나.

황량한.. 클럽하우스... 입구.
아.. 모래 싫다.

바이크를 클럽하우스에 주차하고, 통송명, 인사, 환대..
그곳에서 아까 지나쳤던 2명의 여행자도 만났다.
헬무트 (체코), 파벨 (체코) 와 알렉산더 (영국), 
큰 체격의 호방한 바이크 여행자들

그리고 이틀 전에 만났던 러시안 Kim 을 다시만났다. 
어찌나 반가운지.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이란...

당연하다는 듯 다시금 국제 모터사이클 클럽 파티가 열리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유쾌한 수다들...

길고 긴  하루가 동료의 웃음소리와 술기운에 섞여 나른하게 흘러간다.






오늘도 이어지는 평야, 
그리고 나무 나무 나무들.. 



길가의 작은 카페.
점심은 뭘 먹었더라..??







이르쿠츠크 808km.
바이칼 호수 인접 도시. 
흐미.. 언제 가나?


러시아 시골 마을






러시아 평야. 그냥 멋지다!




러시아 대평원의 공간감은.. 상상 불가.
직접 가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지형선, 평야, 구름. 멋지다!


저녁 5시.. 휴식중. 
아직도 울란우데까지 160km 정도 더 가야 한다.
위도가 높아 여름엔 밤 9시를 넘어야 해가 진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평야, 그리고 눈부시게 파란 하늘. 
여행전에 너무나 원하던 바로 그것!


시골마을의 꼬마아이
너무 귀여웠다. 

아름바운 바탕화면
하루종일 이어지다.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든
진짜 바탕화면!  이얏호!

바탕화면을 뒤로하고 몸개그샷.
공사중인 도로에서의 슬립. 
방심과 자만의 결과... 정신 차리자.

몸개그샷 #2
photo by Paul Stewart

사고난 곳의 공사전 모습. (2013년)
photo@map.google.com


네가 고생이 많다. ㅠ_ㅠ

자, 정신 차리고 다시 달려봅시다!

눈부신 평야와 하늘, 언제나 꿈꾸던 그 장면!
photo by Paul Stewart

울란우데 초입의 거리
photo@map.google.com

울란우데 도시 조형물. 
웰컴 투 울란우데!
Welcome to Ulan-Ude!
photo@map.google.com

울란우데 초입의 다리.
(후일 이런저런 이유로 4번이상 건너가게 된다.)
photo@map.google.com

울란우데의 호텔. 비싸서 투숙은 못했지만..
이 앞에서 알렉산더와 헬무트 일행을 만나게 된다.
GPS : N 51.831849, E 107.585470
photo@map.google.com


울란우데 중앙광장
세계에서 제일 큰 레닌 두상이 있는 곳으로 유명.
GPS : 51.834818, 107.585097
photo@map.google.com

길안내를 해준 브리얏트 처자. 
고마웠습니다. :)


울란우데 모터사이클 클럽하우스 가는 길. 
사진 오른쪽 공사중(?)인 건물 뒤쪽에 있다.
photo@map.google.com

클럽 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울란우데의 일몰. 

폴이 찍은 일몰. 색이 참 이쁘네.
photo by Paul Stewart

 
울란우데의 밤

러시아, 체코, 영국, 미국, 한국...
울란우데 국제 모터사이클 클럽



각국의 언어가 뒤섞인 여행과 바이크 이야기로 
국제 모터사이클 파티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다.

알렉산더(영국) 의 바이크 짐받이. 
화려함보다는 실속이 가득한 그의 여행법.

또다른 Kim...  자신의 클럽 - 캄차카 - 깃발을 내보이고 있다.
'조선인'의 피가 흐르는 동포.

Helmut 와 Kim
모자들이 참 멋지네. ㅋ

이곳을 먼저 방문한 한국인 라이더들의 기록.
이들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했을까?


러시아 불곰 맥주들.
러시아에서는 맥주를 '비보' 라고 한다.


러시아 담배들

클럽하우스 입구.




울란우데의 밤이 깊어 간다.
클럽하우스 옥상에서 한참이나 감상에 빠지다.

금일 주행 : 665km, 10시간


숙소: 울란우데 바이크 클럽

여행 13일차, 총 누적거리: 381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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